정부,연미화중 행보… 6자외교전긴박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도기간이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정세의 ‘새판짜기’ 흐름에 대비하려는 6자의 외교적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정세의 흐름은 각국의 전략적 협력 틀 속에서 안정화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대화국면 전환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먼저 상황을 주시해오던 미국이 서서히 움직일 태세다. 한반도정책을 관장하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다음주 한ㆍ중ㆍ일 순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일 시망 이후 첫 미국 고위당국자의 동북아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순방과정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미ㆍ중간 전략적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일본과는 긴밀한 외교공조와 안보동맹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한미일의 한반도 정책담당자들은 다음달 16일께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캠벨 차관보,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3각 동맹’의 틀을 다지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으면서 상황을 관리해나가는 ‘정중동(靜中動)’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내년 1월중 북한에 쌀 등 식량 50만t을 긴급 원조하고 원유도 20만t 이상 무상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시이에서는 내년초 일정시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협의가 진행중이라는 관측이 있다.이런 맥락에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본부장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지 일주일만인 27일 미국 워싱턴을 찾은 것이 주목된다. 한반도 주변질서를 좌우하는 양광(兩强)을 상대로 공조와 협력의 끈을 다져놓으려는 ‘연미화중(聯美和中)’ 또는 ‘미ㆍ중 양날개’ 전략이다. 임 본부장은 이어 내달초 적절한 시점에 러시아나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도 광구 중이다. 임 본부장의 이번 방미는 연초부터 전개될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국면에서 공조의 끈을 튼튼히 해두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국면은 김정일 시망으로 모든 대화흐름이 정지된 형국이지만 내년 1월중 일정시점에서는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 출발점은 중국 베이징을 무대로 하는 북미 제3차 대화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시망 때도 불과 한달이 안돼 북미대화가 재개된 전례가 있다. 북미가 다시 대화테이블에 앉는다면 이는 6자회담이 재개되는 국면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외교가에서는 내년 2∼3월 중으로 6자회담이 공식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국면 속에서 한국이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제한적이나마 이니셔티브를 쥐고가려면 ‘한미공조’는 긴요한 버팀목이고 그런 맥락에서 임 본부장의 방미가 의미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시후 한반도 정세관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외교적으로 실기한 경험이 있다. 조문파동으로 북한과의 관계는 단절됐고 이후 ‘제네바 합의’로 이어진 북미협상 구도에서 한국은 배제됐다. 그 결과 대북 협상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천문학적 경수로 건설비용만 국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했다.현 국면도 잘못 관리할 경우 1994년과 유시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한은 조문정국 속에서 남한을 비판하면서도 미국과는 유화적 기류를 보이고 있어 자칫 ‘통미봉남'(通美封南)식 대응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외교가 앞으로의 정세 흐름 속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김정일 시망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가는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정일 시망으로 원칙론에 입각한 대북 정책기조를 급격히 선회하기는 어렵지만 ‘낮은 수위’의 인도적 지원ㆍ교류를 통해 ‘전략적 관여’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내년 1월1일 신년공동시설에서 어느정도 긍정적 태도변화를 보이고 이에 이명박 지도자이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보내느냐에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